러시아, 일본 기자에 간첩죄 적용…무슨 일이

러시아 당국이 극동 사할린주에서 자국의 국방력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한 혐의로 일본인 기자를 체포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 기자가 일본 정보기관의 지시에 따라 군사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와 일본의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양국 간 외교 갈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인테르팍스통신과 타스통신에 따르면 FSB 공보센터는 사할린주에서 일본 정보기관을 위해 간첩 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 일본 국적자의 불법 행위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기자는 러시아에서 출국하기 전날 체포됐으며, 이후 모스크바로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FSB는 체포된 인물이 러시아 외무부에 정식 등록된 일본 홋카이도신문 유즈노사할린스크 지국의 특파원이라고 밝혔다. 다만 발표 당시에는 구체적인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FSB가 제시한 혐의의 핵심은 일본 정보기관의 지시에 따라 러시아의 국방력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보관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당국은 해당 정보가 러시아의 안보에 반하는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FSB 수사국은 러시아 형법 제276조에 규정된 간첩죄를 적용해 형사사건을 시작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 기자가 수집한 정보의 구체적인 내용도 공개했다. FSB 관계자는 추가 영상 논평에서 기자가 러일 간 영토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쿠릴열도와 관련한 정보를 모았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가리켜 사용하는 ‘특별군사작전’에 참여한 쿠릴열도 주민들에 관한 정보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FSB 관계자는 해당 기자가 쿠릴열도 주민 가운데 특별군사작전에 동원됐거나 자원한 사람들의 수를 파악해 보관했으며, 이를 일본 관계 당국에 전달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또 기자가 관련 정보가 기밀로 분류돼 있고 언론을 포함한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개된 혐의 내용은 러시아 당국의 발표에 근거한다. 일본인 기자가 실제로 간첩 활동을 했는지, 수집한 정보가 어떤 방식으로 사용될 예정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독립적으로 확인된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러시아 외무부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홈페이지에 발표한 성명에서 일본 정부가 외국 언론인 신분으로 러시아에 체류하는 자국 특파원들을 이용해 러시아의 안보를 훼손할 목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려 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이번 사건이 일회성 사례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적대적인 행동을 중단하고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한 이후 일본의 대러시아 정책으로 양국 협력이 전반적으로 악화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본의 재군사화 움직임이 러시아 극동 지역의 안보 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모스크바의 우려를 일본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이 러일 관계의 분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언론도 러시아 당국의 발표를 확인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홋카이도신문은 일본 언론 가운데 유일하게 사할린주에 기자를 상주시키고 있다. 홋카이도신문은 14일 일본 공영방송 NHK에 러시아 측 발표와 관련해 사실관계를 포함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독립매체 메두자는 체포된 일본 기자가 34세의 이마이 유키라고 보도했다. 홋카이도신문 홈페이지에서도 14일 오전 기준 이마이 유키(今井裕紀) 기자가 작성한 기사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쓴 기사 가운데는 ‘이마이 유키, 사할린에서 만나는 북한’이라는 제목의 글도 포함됐다.
메두자는 이마이 기자가 2014년부터 러시아를 방문해왔으며, 올해 여름에도 러시아에 입국해 체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에서 공부했고,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여행하며 촬영한 사진을 공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러시아가 군사·안보 관련 정보 수집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특히 쿠릴열도 주민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한 인원에 관한 정보가 혐의의 중심에 놓이면서, 러시아의 군사 동원과 극동 지역 안보 문제가 함께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일본 정보기관의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홋카이도신문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일본 측의 추가 설명과 러시아 수사당국의 발표에 따라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가 드러날지 관심이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