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총리 탄생했는데…일본 성 격차 117위

일본이 첫 여성 총리를 배출했지만 세계 성 격차 순위에서는 여전히 최하위권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일본은 145개국 가운데 117위를 기록했다. 정치 분야에서는 여성의 참여가 여전히 낮았고, 기업 내 여성 관리직과 임원 비율 등을 반영한 경제 분야의 성 평등 수준도 지난해보다 하락했다.
세계경제포럼이 16일(현지시간) 발표한 ‘2026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성 평등 달성률은 67.0%였다. 남성과 여성이 완전히 평등한 상태를 100%로 봤을 때 일본은 지난해보다 0.4%포인트 개선됐다. 순위 역시 지난해보다 한 계단 올랐지만 조사 대상 145개국 가운데 하위 2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주요 7개국(G7)으로 범위를 좁히면 일본이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분야별로 보면 정치 부문의 성 격차가 가장 컸다. 일본은 지난 2월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여성 당선자 비율이 14%에 그쳤다. 직전 선거에서는 16%였는데 오히려 낮아졌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정부에서도 여성 각료는 2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지난해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하면서 정치 분야의 일부 지표는 개선됐다. 보고서는 최근 50년 동안 남성과 여성 행정부 수반이 재임한 기간을 기준으로 정치 분야의 성 격차를 평가한다. 일본은 이전까지 해당 지표가 0%였지만 다카이치 총리의 취임 이후 이번 조사에서 1.3%로 올라갔다.
WEF는 일본에서 첫 여성 총리가 선출된 것이 정치 분야 점수 상승에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취임이라는 변화가 일본 정치 분야 지표 개선에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본 내부에서는 다카이치 총리의 행보가 오히려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워라밸이라는 말을 버리고,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으며, 집에서 바느질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을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에 올리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러한 언행에서 장시간 노동을 감수하면서 직장과 가사를 모두 책임지는 여성을 이상적인 모습으로 보는 가치관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 높아지는 것과 별개로 사회 전반의 성 역할 인식에서는 다른 문제가 남아 있다는 취지다.
경제 분야의 성 평등 수준은 오히려 후퇴했다. 기업 내 여성 관리직과 임원 비율 등이 반영되는 경제 분야 달성률은 지난해 61.3%에서 올해 60.9%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경제 분야 순위도 지난해 112위에서 119위로 내려갔다.

교육 분야에서는 성별에 따른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일본의 교육 분야 성 평등 달성률은 99.4%로, 순위는 68위였다. 성인 문해율과 초등학교 취학률에서는 남녀 간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대학 등 고등교육 취학률에서는 달성률이 97.4%로 나타나 초등교육 등에 비해 격차가 남아 있었다.
건강 분야의 성 평등 달성률은 96.6%로 91위를 기록했다. 일본의 분야별 성 격차를 보면 교육과 건강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정치와 경제에서는 남녀 간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세계적으로는 아이슬란드가 성 평등에 가장 가까운 국가로 조사됐다. 아이슬란드의 성 평등 달성률은 93.0%로, 1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핀란드가 87.2%, 노르웨이가 85.7%로 뒤를 이었다.
미국은 74.9%로 47위, 중국은 69.9%로 96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69.3%로 101위에 올랐다. 일본은 한국보다 성 평등 달성률과 순위 모두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보고서는 여성 총리의 탄생이라는 상징적인 정치적 변화가 일본의 성 격차 지표 일부를 개선하는 데 영향을 줬지만, 여성의 정치 참여와 기업 내 지위 등에서는 여전히 격차가 남아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정치와 경제 분야의 낮은 성 평등 수준이 일본의 전체 순위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