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썼더니…”우울·불안 위험 2~3배 높았다
이종수 기자 입력 2026-09-08 06:33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체중 감량 목적으로 사용한 사람에게서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 정신건강 문제의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위와 장의 움직임이 떨어지거나 막히는 위장관 이상 위험도 사용하지 않은 사람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8일 국제학술지 ‘당뇨병·비만과 대사’ 최신호에 따르면 성균관대 약대 신주영 교수와 아주대 의대 박래웅 교수 공동 연구팀은 국내 13개 병원의 전자의무기록을 활용해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안전성을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서 살펴본 약물은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와 삭센다의 주성분인 리라글루타이드다. 연구팀은 2018년 3월부터 2025년 9월까지 국내 2·3차 의료기관의 진료 기록을 분석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국내 출시 시점이 늦은 점을 고려해 2024년 10월부터 2025년 9월까지 5개 병원의 자료를 이용했다. 세마글루타이드 사용자는 2357명, 비사용자는 2만2601명이었으며 리라글루타이드는 사용자 6953명과 비사용자 6만8101명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세마글루타이드를 사용한 사람은 사용하지 않은 사람보다 전체 정신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2.02배 높았다. 특히 불안장애 위험은 2.39배, 우울장애 위험은 3.4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장관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위와 장의 움직임이 떨어지거나 막히는 ‘위장관 운동장애·폐색’ 위험은 세마글루타이드 사용자가 비사용자보다 3.91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특정 분석 방식 때문에 결과가 달라진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여러 추가 분석도 진행했다. 비만 관련 기준을 충족한 사람만 따로 분석하거나 다른 비만치료제의 영향을 제외하고, 세마글루타이드를 두 차례 이상 처방받은 사람으로 범위를 좁히는 방식 등을 사용했다.

 

그 결과에서도 정신질환과 불안장애, 우울장애, 위장관 운동장애·폐색의 위험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은 그대로 유지됐다.

 

삭센다의 주성분인 리라글루타이드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됐다. 리라글루타이드 사용자의 전체 정신질환 위험은 비사용자보다 1.66배 높았고, 불안장애는 1.68배, 우울장애는 1.51배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췌장과 담도 관련 질환 위험도 높았다. 췌장·담도질환 위험은 1.33배, 췌장염과 담관염, 담석증을 묶어서 분석한 위험은 1.40배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된 부분은 정신건강 문제다. 그동안 GLP-1 계열 비만치료제와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의 관계를 놓고 연구 결과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일부 실제 진료자료를 활용한 관찰연구에서는 정신질환 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무작위 임상시험에서는 위약과 비교해 정신과적 이상 반응이 늘어난다는 뚜렷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실제 진료 현장에는 임상시험보다 다양한 특성을 가진 환자가 포함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신건강에 취약한 환자 등이 포함되면서 기존 임상시험에서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던 문제가 이번 분석에서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GLP-1 수용체가 뇌를 포함한 중추신경계에도 널리 분포한다는 점에서 기분이나 행동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시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 사용자에게서 자해나 자살 사고가 증가했다는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위장관 이상은 GLP-1 계열 약물의 작용 방식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이 약물은 위에서 음식물이 빠져나가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이 오래 유지되도록 하는데, 이 과정에서 위장관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런 특성이 세마글루타이드 사용자에게서 나타난 위장관 운동장애·폐색 위험 증가를 설명할 수 있다고 봤다. 리라글루타이드에서 확인된 췌장·담도질환 역시 담낭 배출을 늦추거나 빠른 체중 감소 과정에서 담석 형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위고비나 삭센다가 우울증이나 장폐색을 직접 일으킨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는 약물 사용과 특정 질환의 발생 사이에 나타난 연관성을 분석한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GLP-1 수용체 작용제가 여전히 효과적인 체중 감량 치료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치료 대상자를 신중하게 선택하고 치료 과정에서 이상 반응을 더욱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또한 실제 관찰에서 확인된 결과를 다시 검증하고, 체중 변화 자체가 위험에 미치는 영향과 어떤 특성을 가진 환자가 부작용에 더 취약한지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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